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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부부
팔공산 줄기 따라 몰아치던 바람이
쉬어 가는 양지 옹기종기 딱정벌레
같은 집들이 띄엄띄엄 몇호 안 되는 작은 마을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대신해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차려진 소박
한 밥상을 마주한 노 부부
“영감 나 때문에 고생이 많 수내가
빨리 죽어야 애들 따라가서 편히
살 제“
“실없는 소리 말 어
할멈 죽으면 같이 죽어 야제“
“어 여 밥이나 많이 먹어”
최근 들어 치매 증세가 더욱 심해진 할머니 걱정에 도시로 나와 함께
살자는 얘들의 보챔에도 할아버지
는 고향을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지극한 보살핌에도
할머니의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혹시나 잠든 사이 혼자 밖으로 나
갈까 걱정된 할아버지는 잠들기 전
에 할머니 팔목에 실을 묶고 다른 끝은 자신의 팔에 묵고 잠자리에
들어 습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며칠을 내린 눈이 온천지를 백색
으로 덮었고 온종일 마당의 눈과
씨름한 노부부는 이른 저녁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한참을 피곤에 지쳐 잠을 자던 할아버지는 잠결에 늘
옆에서 느껴지던 할머니의 기척이
없어 놀라 불을 켰습니다!
손목에 묵은 실의 매듭만 덩그러니
남긴 체 할머니가 사라졌습니다.
놀란 할아버지는 불을 켜고 마당을 살폈습니다!
눈이 수북이 쌓인 마당은 아무도 없었고
마당 여기저기를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할머니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니 이 시간에 어디를 갔나!”
할머니 흔적을 찾던 할아버지는
마당 밖으로 연결된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급한 걸음을 재촉 합니다
“어디를 간 거야,"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발자국은 동내 밖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펑펑 내리는 눈에 지워져 가는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걸음을 재촉 하며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할아버지 기대와는 달리
발자국은 동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가면 있겠지 발자국이 지워 지기 전에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발자국 쫒기에 바쁜 할아버지는
점점 동네 에서 멀어져 간다는 사실도 잊은 체 할머니 걱정뿐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은 더욱 펑펑 솟아 지고
바쁜 걸음으로 지워져 가는 발자국을 쫒기를 한참
저 멀리 눈 속에 쓰러져 묻혀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다급히 뛰어 갔습니다
“할멈 정신 차려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어!”
“얼렁 집에 가야지”
이미 온몸이 굳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굵은 목소리에 놀라
힘겹게 눈을 뜨고 말없이 할아버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급히 웃옷을 벗어 감사며 의식이 희미해진
할머니를 업고 걸음을 재촉 합니다
세차게 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뚫고
의식이 사라져 가는
할머니를 업은 할아버지는 안간힘을 써보지만 마을까지의
거리는 멀기만 하고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 졌습니다.
“쪼매만 참어,"근방 집에 갈 겨”
할아버지는 말과는 달리 눈을 뜨기조차 어려운 눈보라
속을 뚫고 발을 옮기는 것이 점점 힘에 부쳤습니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재촉 해보지만
천지 분간조차 어려운 세찬 눈보라를 뚫고 할머니를 업고
내딛는 걸음은 더디기만 하고
자꾸만 힘이 약해 풀리는 손에
업은 할머니가 미끄러져 내리고
다시 치켜 올려 업기를 수십 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마지막 안간 힘을 내어 보지만
이미 의식이 사라져 사늘히 굳어 버린
할머니를 업고 있는 것조차
힘에 부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가로수 밑에 내려놓습니다.
“할멈 이리 가면 안 되지 같이 고생한 날이 얼마인데
같이 좋은데 댕기며 세상 구경하기로 했잖어“
눈물조차 얼어 버린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부둥켜안으며
싸늘히 식어 버린 할머니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소리조차 얼어버린 절규를 합니다.
야속한 하늘은 끝없이 하얀 가루를 쏟아 붓고 한참을
부둥켜안고 있던 할아버지는 가로수 아래 할머니를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자신의 마저 남은 웃옷을 벗어 할머니를 덮어주며,
“한 시상 같이 살아서 참 말로 고마 우이 ”
“쪼매마 기다려 근방 갈 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한 할아버지는 할머니 옆에 나란히
누워 이미 추위에 굳어 버린 할머니를 꼭 껴안았습니다.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은 눈보라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그쳤습니다.
동네 사람이 눈 속에 묻힌 노부부를 발견한 것은 다음날
늦은 오후 이었습니다
장례를 치른 노부부는 평생 살던 집 앞 양지녁에 나란히
묻혔습니다.
며칠을 눈 속에 숨어 있던 햇살은 나란히 누운 부부에게
유난히도 반짝였습니다.
????
사는것이 다 그러하더이다
나이 들어보니 친구 갇은 마누라가 하눌님 보다 더 높아 보일적도 많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