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1~3위가 모두 매물로 나왔다. 업계 강자가 모두 통신사에 팔려갈 상황이 현실화 되면서 수십년간 국내 유료방송을 떠받치던 케이블TV 산업이 한순간에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그룹의 티브로드간 합병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은 지난해부터 협상을 진행해왔고 지난해 말 합병과 관련해 큰틀에서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티브로드는 가입자 315만으로 케이블TV 업계 2위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이다.
또한 최근 LG유플러스는 가입자 420만인 업계 1위인 CJ헬로 지분 50%+1주를 확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최대주주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만약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이들 MSO 인수합병에 성공하게 될 경우 유료방송 시장은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3강으로 확고히 굳어지게 된다.
여기에 케이블TV 업계 3위 MSO인 딜라이브는 수년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합산규제 이슈가 남아있는 가운데 KT가 딜라이브 인수합병을 모색 중이다. 점유율 규제가 해소되면 KT도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3위 MSO가 모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4위 현대HCN도 버틸수 없게 된다. 그나마 MSO들은 통신사와 협상이라도 하지만 개별SO는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방송산업을 한단계 성숙시킨 원조 뉴미디어 케이블TV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CJ그룹이 플랫폼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CJ헬로 매각으로 결정한 순간부터 예견돼 있었다. 그나마 통신사와 대항할 수 있는 업계 1위가 매물로 나오면서 나머지 MSO들도 사업지속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LG, CJ 그룹간 협상이 무르익으면서 나머지 통신사 발걸음도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수요와 공급,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케이블TV의 퇴출이 더욱 빨라지게 된 것이다.
당장 통신업계에서 LG유플러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게 된 SK텔레콤은 티브로드와의 M&A를 추진하고 있다. KT는 딜라이브를 품에 안으려 노력 중이다. 업계 1~3위가 모두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케이블TV 산업은 더이상 영속성을 갖기 어렵게 됐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망은 여전히 방송 서비스에 최적화 돼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여전히 케이블 산업이 활성화 돼있다”며 “국내에서는 통신사의 자본력에 IPTV에 대한 법제도적 특혜, 여기에 MSO 사업자들이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