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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은, 믿는 구석이 있다
고양이 눈빛이 튀어나와요 발톱 세운 광장이 달려들어요 동전 반대편 같은 어둠을 끌 수 있어야 중심에 설 수 있어, 낯익은 눈은 말하지만 들여다보는 내가 환해서 더욱 어두운 바깥 외출이 두리번거려요 늦은 시간을 돌려 꺼도 귀가 자랐어요 자정이 어둡다는 건 편견, 스탠드가 불빛을 밝히고 검게 부풀어 오른 중앙이 쓰레기통으로 뛰어들었어요 고정한 어제로 쪽잠이 기울었어요 어깨를 벗어던져요 벽과 벽 사이를 찾은 모서리가 풀썩 구겨 앉아요 처박히거나 숨거나, 기억할 것은 기억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가끔 꺼내 묵은 먼지를 털어내요 저편, 키득거리는 구석에 거뭇거뭇 콧수염이 돋아요 돌려보는 금서에 붉은 여드름이 피어요 입구 좁은 오늘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갱도 두 팔이 고요를 껴안아요 밤이 와르르 무너질 때까지,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올 때까지 - 최연수, 시 '구석은, 믿는 구석이 있다' 일이 닥쳐도 태연한 모습을 보고, "너, 믿는 구석이 있구나" 말하지요. 그렇다면, 사각의 모서리 혹은 귀퉁이인 구석도 숨을 수 있는 안도, 편안함이 있는 ‘믿는 구석’이 아닐까요. 중앙으로 가지 못하는 두려움과 아쉬움을 도닥거려주는 구석. 그 구석에서 거뭇거뭇 콧수염 돋은 사춘기는 키득거리지요. 그래도 중앙으로 나갈 힘을 키워주는 믿는 구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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