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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이 짙어지는 것도
귀를 키운 갯바람이 한 켜씩 파도를 마름질하는 것도
한 칸 한 칸 멀어지는 소리의 눈금도
휘우듬 따라간 치수
비린 물살에 겹친 바다는
어디든 넘어가고 싶은 사춘기
자투리 안개와 슬쩍 몸을 섞는 것도
몇 겹 외로움을 입은 섬이 내게 들어오는 것도
마디 굵은 갯내가 미끄러지는 것도
연둣빛 치마가 빨간 구두를 신은 봄날도
물갈퀴 다녀간 속살을 해초로 이어붙이면
한 뼘씩 색이 자라는 것도
행선지를 건너온 갈매기가 이국을 전하듯
처음 디뎠던 설렘도
포말이 파랑 한 벌 다림질할 때
수평선을 길게 여는 태양이 풀어지는 것도
붉게 부은 발목들이 흩어지는 원두커피 속
흔들리는 반원의 감정도
물들다가
지우다가
닿자마자 물이 빠지는 빛깔
- 최연수, 시 '순간'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일상은 순간일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라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순간과 순간이 이어진 것.
그 순간을 위해 열정을 쏟곤 합니다.
지금도 지나면 작은 점 같은 순간.
순간은, 닿자마자 물이 빠지는 색깔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