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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망아지
내 귀여운 깻망아지들, 우리들의 볼을 잡은 어머니가 애정을 표현할 때면통통 살이 오른 것 같은, 뽀얀 살빛이 돌 것 같은 그 깻망아지가 궁금했습니다. 하나의 호기심이 되었다가 또 다른 상상이 되던 그 정체는 어느 날 참깨밭에서 풀렸습니다. 누에 몇 배 되는 연녹색의 벌레가 왜 우리들의 애칭이 되었을까. 누에처럼 고치도 짓지 못하는 고것이 보호색을 띤 채 능청스럽게 깻대를 타고 올랐습니다. 깨벌레의 술렁거림이 잦아질수록 깻대는 악착같이 꽃 피우고 꽃 진 자리, 참깨가 다닥다닥 맺혔습니다. 깨벌레에서 깨 냄새가 났듯 내 깻망아지, 부르는 어머니의 품에선 고소한 냄새가 났습니다. 촌닭인 나와 멋쟁이 둘째와 떼쟁이 남동생. 사랑을 먹고 통통 살이 오른 푸른 깻망아지들 오늘도 세상의 줄기를 힘차게 타고 오릅니다. ----------------------------------------------- 깨벌레를 본 적이 있습니다. 통통 살이 오른 그것이 깨농사를 망치기도 하지만, 살면서 그 천적 같은 존재를 꽤나 만나지요. 그것이 싫다고 도망갈 수도 없으니 최대한 정성을 다해 삶을 꽃 파워 볼 일입니다. 너의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볼 일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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