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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산이 푸른 것을 두고
아이들은, 청년들은
산은 당연히 푸르다고 한다
그때 그 교실에서 추위에 떨며
구구단을 왜던 사람들이
새마을 모자를 쓰고 소풍을 가고
수학여행을 가든 사람들이
새마을 사업을 왜곡한다
그때 그 아이들이 자라
이 나라의 짐을 지고 있는데
산이 어버이와 같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그때 그 교실에서 떨며
선생님을 쳐다보며 덧셈, 뺄셈을
구구단을 왜던 천진한 솔방울들은
삐뚤거리는 받아쓰기를 한 솔방울들은
난로를 기억할까
그래, 그땐 아이들이 솔방울이었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던 사람들은
송충이를 잡던 사람들은
도심의 네온 불빛에 물들어
지게를 멘 나무꾼이 삽사리 따라
눈 덮인 논두렁을 걷는 겨울 풍경을 떠올리며
가끔 향수에 젖을 것이다
장작이 귀한 시절
일주일에 두세 번 겨울나기 온기를 위한
고사리들의 솔방울 줍기에
벌거숭이 산은 아이들을 품어 주었다
콩나물 교실 마룻바닥에 놓인 난로에
양은 도시락을 올려두고 아이들은
펄펄 끓어 수증기를 뿜는 주전자는
3교시 마침 종을 기다린다.
- 이원국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