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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책
겉표지를 열면
찰방, 찰방, 호흡이 넘어온다
둔치의 감정은 수위조절이 문제,
따라가는 물결체를 노랑부리가 휘젓는다
훈수하는 장군과 멍군은 중절모가 읽는다
볕을 쟁여 넣어도 더 이상 움이 트지 않는
구부정한 그늘은 한나절 코끝에 걸린 돋보기가 짚는다
아가미를 뻐끔거리는 햇살에 모자를 푹 눌러 씌운
씩씩한 구절은
팔 늘어뜨린 느낌표와 코끝 방점을 빠르게 반복한다
가만가만 흔들리는 내력은 여울목을 지나온 반전
거꾸로 걷는 그림자가 문득 돌아보면
왔던 길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쪽수가 보이고
그때 함께했던 기분을 소비하며 당도한 계절을 여전히 봄이라 불러도 될까
궁금증을 묻는 낡은 기억이 다시 행갈이를 한다
홀로이거나 손잡은 오후를 완독하기까지
아직 더 흘러가야 하는 책
내력은 반대방향으로 읽어갈 수 없다
- 시, 흘러가는 책
전국이 꽁꽁 얼었습니다.
흘러가는 책, 강 한 권을 한파가 풀려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위에 감기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