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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선 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은
할아버지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큰 형님의 집으로 갔습니다.
방에는 정성껏 차려진 제사 음식이 가득했는데,
갑자기 제사상 위의 배가 또르륵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퇴계의 두 번째 부인 권 씨가
떨어진 배를 보고, 치마에 슬쩍 감추다가
큰 형님께 혼나게 되었습니다.
퇴계는 21세에 첫 번째 부인 허 씨와 결혼하고,
7년 만에 사별 후 재혼한 두 번째 부인 권 씨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부족한 딸이 안타까웠던 권 씨 아버지의 부탁으로
퇴계는 권 씨 여인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이 궁금했던 퇴계는 부인 권 씨를 불러
“왜 그러셨소.” 물어보았더니
“먹고 싶어서요.”라고 답했습니다.
조선 예법의 대가인 대학자 퇴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퇴계는 배를 손수 깎아 부인에게
먹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지들에게 할아버지도 손자며느리가
음복하는 것을 귀엽게 여길 것이라고 말하며
부인을 감싸주었습니다.
퇴계는 당대 최고의 대학자였지만
사람보다 자신의 이념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이념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이 우선이다.”
이렇듯 퇴계는 사람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자세로
몸소 ‘사람 공부’를 실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