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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말랐던
부석 부석한 붉은 황토를
날려 버릴 만큼 바람과 함께
그렇게 이월 어느 날은
시작되는 것 같다
삶을 다 살았다고 생각되는
인생의 어느 순간
가슴에는
까맣게 마른 먼지만 날리고
방향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영혼은
바람결에 하늘 높이 떠오르는
억눌렸던 바삭 마른 낙엽 처럼
갈길을 찾지 못한다
바람 한 번 불고
깊으디 깊은 소리 없는 비가
내리고 나면
꿈 속인지 현실인지 모르게
푸른 봄은
나도 모르게 찾아 오겠지
- 백원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