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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속 벙어리 같아
나는 오늘도
담 넘어 먼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냅니다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 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 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