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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누구의 입에서 떨어져 나왔을까
실밥이 보이지 않는,
털어내면 털어낼수록 허술한 틈을 파고드는 익숙한 냄새
수다스러운 개천이 흘렸거나 낯익은 바람이 떨어뜨렸을 거라고
해묵은 갈대가 갸웃거리지만
표정을 바꾼 원래의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소문이 풀려나간 자리에 입들은 또 다른 단추를 매달고
상한 기분을 내 턱밑까지 채워도 여전히 달라붙는 치명적인 냄새에
무감각 속에 숨어있는 예민함을 꺼내놓는다
대범하게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또 따른 기미에 하얗게 눈을 흘기다가
이제는 싫어하는 것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며
넣으면 넣는 대로 잘도 구겨져 들어오는 말들에게 나를 훌훌 풀어준다
제발 진실만을 말해줘,
낯빛을 바꾸는 햇살이 꽃대를 쓸어내려도
시치미를 떼듯
단추 떨어져나간 민들레가 한 올 실마리마저 날려 보낸다
- 시,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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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밥만 남긴 채 허술하게 떨어져나간 단추.
나를 채비하지 못한 허전함입니다.
그러나 단추를 채워서 불편한 것도 있지요.
있는 대로 소문을 내고도 시치미를 떼는, 입을 다문 단추.
그들은 언제 다시 단추를 열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나도 편히 나를 허물어줍니다.
단추의 이중역할을 생각해봅니다.
단추를 채우거나 풀어야 할 때를 적절히 아는 것도 괜찮은 대처법일 것입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