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는 바깥이 하얗게 저며진다 공중을 내려오는 호흡들이 비릿하다
서둘러 소금단지를 지고 나온 햇살이 파닥거리는 그늘을 절이고 연신 푸른 꽁지를 흔드는 산벚, 아가미 밖으로 쿨럭 초여름을 토해놓는다
공기의 방향을 따라 휘는 파문은 차가운 지도를 헤엄쳐 나온 등고선 부푼 한철로 살아본 것들만이 가지는 물결 진 무늬다 나부끼는 허공을 따라가면 식욕 왕성한 오후가 바람을 층층 발라낸다
게으름은 길고 시절은 짧다 너와 나의 한때도 저렇게 순간이어서 미처 지우지 못한 아린 냄새가 마음의 수로를 거슬러 오른다
가슴 뜨거운 곳으로 기우는 추억처럼 기장 낮은 곳으로 허물어지는 고단한 잠 앙상한 뼈들을 숨기기 위해 푸르게 살집을 늘리는 나무가 쉴 새 없이 아가미를 부풀린다
가지가 잘 헤엄칠 수 있도록 유리창은 말갛게 제 안을 닦는다
- 시, '산벚 등고선'
*****
바람의 파문은 마치 등고선 같은 물결무늬처럼 보이고 떨어지는 꽃잎은, 파닥거리는 물고기 비늘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짧지만, 뜨거운 시절이 분명 있습니다. 이 더운 계절도 순간입니다. 밖의 풍경을 보기 위해 유리창을 말갛게 닦듯 지금은 활기찬 다음으로 가기 위한 휴식의 시간입니다.
- 최연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