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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는 실패했다?
엘지전자의 이례적인 자기 평가는 ‘G5는 사실상 실패’라는 것이었는데, 지난 28일에 열렸던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이러한 솔직한 고백을 한 것이다. 그러나 고백 속에는 찜찜한 변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뼈아프지만, 초기의 생산 수율이 따라오지를 못 해서 G5의 판매량이 부진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엘지전자는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G5가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했음에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변명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면서 과연 엘지의 차기작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G5를 통한 교훈으로 신기술 및 신공법에 대한 선행 검증을 강화하며 완성도를 높이겠지만, 여전히 혁신적인 제품의 디자인과 콘셉트에 대한 발굴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 또한 남겼는데, 오늘은 과연 엘지가 올바로 짚은 것인지를 다시 돌아볼 예정이다.
G5는 결론적 실패? G5는 원론적 실패
결론적 실패라는 것은, 일의 끝에 다다라서야 그것이 틀렸음을 인지하고 시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G5는 성공하기 힘든 다양한 악재 속에 있었다. 최고 사양의 스펙을 품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LCD 가운데 많은 물량은 바로 엘지디스플레이에서 만든 부품이고, 이외에도 다양한 가전 분야에서 쌓은 기술들 역시 ‘가전은 엘지’라는 호평을 듣게 만들었다는 점을 보자면 스마트폰에서의 엘지는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여왔다.
좋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내놓지 않았고, 기술적으로 한걸음 물러선 태도를 취하면서 스스로 덫에 빠지고 말았으며 화면 밝기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떠안고 말았다.
그리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큰 단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G5에 대한 소비자들의 솔직한 평가들을 보자면 여기저기서 갖가지 단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기본적인 스펙과 콘셉트만 놓고 보자면 아이폰이나 갤럭시는 갖추지 못한 다양한 편의성과 차별화 요소가 있음에도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다른 요소 하나하나가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결국, G5는 초기 출시 때부터 이슈가 되었던 모듈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해답도 내놓지 않았고, 출시 이후 단 하나의 추가 모듈도 내놓지 않으며 스스로 기대감을 낮추고 말았음에도, 이것을 생산수율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 짓는 가장 큰 부분은 모든 요소별 완성도에 있다. 단순히 당대 최고의 스펙만 끌어모아서 만든 제품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 역시 ‘운송 수단’이라는 기본적인 틀은 동일하지만, 1,000만원 짜리 자동차와 1억이 넘는 자동차를 구분 짓는 것은 아주 세세하고 어떻게 보자면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마감 하나하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엘지는 착탈식 배터리를 적용했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서 실제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 늘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바라는 ‘오래 가는 폰’과 상반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배터리를 교체하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소비자로서 10시간을 가는 폰 가운데 7시간만 가는 폰을 배터리 교체로 14시간 쓰는 것은 결코 장점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지만 큰 문제들이 G5의 곳곳에 산재해 있다. 밖에서 촬영하려면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사물이 구분되지 않고, 모듈을 활용하려면 무조건 전원을 끄고 배터리를 교체해야만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어느 누구도 길을 걷다가 멋진 풍경을 발견하고는 전원 버튼을 눌러서 끄고, 기다린 다음 모듈을 빼서 배터리를 분리하고, 새 모듈에 배터리를 꽂은 다음 기기에 꽂아서 다시 부팅하고, 카메라 앱을 실행해서 물리적 버튼으로 찍는 것을 ‘좋은 경험’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엘지의 모듈에 대한 접근 방식, 배터리에 대한 접근 방식, UI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불편한 점들이 모두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결과 G5는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스펙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음에도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게 된 것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쉽게 말해서 단점이 없어야 한다. 큰 단점이든 작은 단점이든 그것을 보완하고 다듬어서 최상의 상태로 내놓아야 하는데, 다른 스마트폰과 1:1로 비교해서 G5만이 가지는 장점이 비교우위를 갖기 힘들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서 외면을 받은 것일지 모른다.
4분기 연속 적자, 엘지의 해법은?
엘지는 이례적으로 지난 7월 1일, 연중 대대적인 인사이동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것은 엘지 스스로가 느끼는 위기감을 내년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긴박감의 표시이기도 하며, 대내외적으로 엘지의 변화를 드러내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필자 역시 24개월 약정으로 G5를 구매했고,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과 캠플러스 등 G5를 위한 액세서리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엘지가 변화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 방향성은 기존의 소비자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실제로 갖고 싶은 모듈의 출시와 함께 지속적인 사후 지원일 것이다.
앞으로 G6에서도 모듈을 고집하라고는 이야기를 못하겠지만, 적어도 모듈이라는 패러다임을 엘지만의 것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남들은 하지 않는 많은 것들이 여전히 엘지전자의 스마트폰에서는 가능한 만큼, 이제는 스스로의 단점과 문제점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것을 빠르게 개선하는 것. 그리고 남들만큼이 아닌 남들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내놓는 것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그렇기에 G5는 결론적으로 실패한 것이 아닌, 마케팅과 콘셉트 및 생산과 유통 등 다양한 부면의 부조화와 엇박자로 인해 원론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아직 실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엘지전자 스스로가 현재 유일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두고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행동도 없기 때문. 이것은 기존의 고객과 앞으로의 고객을 모두 잃는 위험한 발언일지 모른다.
그보다는 차라리, 그동안 단단히 준비를 하고서 ‘오늘, G5가 새롭게 태어납니다’라면서 추가 모듈 제품군들과 놀라운 변화 및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내놓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함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미덕이다. 그러나 기업으로서의 미덕은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잘못한 것은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모두가 그 잘못이 아닌 변화의 바람에 시선을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나가는 엘지전자의 무선 사업부, 내년 이맘때쯤에는 당당히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나갔다는 소식을 들고 우리에게 돌아왔으면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엘지의 G6가 자리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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