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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벗기
며칠 전부터 매미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파도소리처럼,
불어오는 바람처럼 한바탕 소리를 내다가
약속이나 한 듯 뚝, 끊어집니다.
나무를 지나다가 우연히 허물들을 보았습니다.
여름한철을 보내기 위해
완전히 다른 몸이 되려한 선탈.
이제 유충은 전혀 다른 몸이 되어 열흘에서 보름간
뜨겁게 살다갈 겁니다.
오래전 기억하는 그 사람은
정말 볼품없고 왜소하고 수줍어서 눈에 띄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전혀 다른 모습과 지위로 나타났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는 나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가 새로운 그로 태어나기 위해 노력했을 것들이 보입니다.
공들인 만큼 달라지는 일상.
지금 입고 있는 지위나 환경이 낯설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좀 더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해볼 일입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