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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안으로 창을 낸 나는
벽을 보고 잠이 들곤 하죠
말이 없지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밤새 모서리를 만들고 상자를 만들어요
나를 가두는 건 바로 나예요
내 안에는 여러 사람의 내가 포개져 있어요
마트료시카처럼 분리되지 않는 나를
당신은 부수려고 애쓰죠
누워 있어도
마음이 누워 있는 건 아니에요
성에 낀 유리를 지워갈 때
깉은 별자리에서 온 입김을 알아가면서 우리가
친해졌던가요?
- 장요원, 시 '벽' 중에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는 하나하나 분리되지만
차곡차곡 겹쳐 포개놓은 나는
왜 내 안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들까요.
벽을 만들고 상자 속에 들어앉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든 것.
알을 깨고 나오듯 벽을 부수는 것도 나 자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