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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저녁
신호등이 닫은 차도를 노릇노릇 지피는 치킨 배달통
순식간 속살까지 발라먹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면
덥석, 눈빛을 받아 물은 교차로가 오른쪽 허리를 튼다
먹이를 물은 것들은 재빨리 사라지는 습성이 있다
귓속에 요란한 음악을 굽는 화력 센 저 헬멧처럼
몇 개의 실수를 구운 오늘이 화끈거린다
간이 잘 밴 수다가 맛있게 익어가도
아슬아슬 일당을 굽는
속도에 길들여진 하루는 목을 버린 지 오래
직진방향이 열리자마자 질주에 목마른 스무 살이 튀어나간다
허리 굽힌 비굴로 구운 월급을 받아든
이글거리는 퇴근길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많은 입들 속에서 까맣게 탔을까
잘 구워진 누군가의 저녁이 될까
바삭, 노을 한쪽 떼어 먹은 일몰이 나를 한 번 더 굽는다
- 시, '아주 짧은 저녁'
차창 앞, 치킨 배달통을 실은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생각은 필름처럼 재빨리 감겨서,
공복은 그 치킨을 상상으로 발라먹고 있지만
속도가 수당인 젊음은 지금 일당을 벌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하루를 되짚는 시간, 잠시 속상하거나 서럽다고 해도
다시 나를 다독여 귀가하는 시간.
저녁은, 반성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 최연수 시인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