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길
놀란 헤드라이트가 커졌다
외마디 비명이 방지턱을 넘고 건너뛰던 바람이 밑에 깔렸다
찰나의 명중은 우연 누군가는 과녁이 되고 누군가는 그곳을 통과한다 롤리팝처럼 나뭇가지에 끼운 달을 아껴먹던 밤, 지붕에서 담으로 건너뛰던 나비수염에게 숨소리를 달아주고 싶어
바닥에 문신한 호흡이 굳는데 눈을 떠봐 어서, 갸르릉 발톱 세운 검은 공기가 그림자를 흔든다
끈적한 아스팔트가 흐른다
길고양이처럼, 속도를 비껴간 방점을 버려둔 길이 달린다 톡톡 엉덩이를 두드려주면 한껏 기분을 올려 세우던 저 얼룩무늬 한 벌 활모양으로 등을 말아 올린 자정이 허공으로 제 꼬리를 세운다
어둠이 빳빳하게 곤두선다
- 시, '달려가는 길' -
먹이를 먹고 돌아선 고양이가 찻길에서 목숨을 잃은 걸 봤습니다. 끈적한 피가 흘러 갈 때, 방금 전 전해지던 따스한 체온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가끔 고속도로로 뛰어들어 화를 당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봅니다. 인간중심의 세상에서 그들이 설 곳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 최연수 시인
|
감사합니다